[뮤지컬/180123] 안나 카레니나 관람 후기
2018. 6. 12. 12:07

하하 글 한 번 날려먹어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 관람정보 ||



:: 공연일 ::


20180123, 8pm



:: 공연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 캐스트 ::


 안나

 옥주현

 브론스키

 민우혁

 카레닌

 서범석

 레빈

 최수형

 키티

 이지혜

 스티바

 이창용

 MC

 박송


패티역은 누구였지...? 패티가 정말 멋졌는데......


티켓을 내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지원받아서 간 거라 구매자 이름이 내가 아니다

후헤호헤호 진짜 처음보는 대형뮤지컬이라 티켓 받는 것 조차 떨리더라


정말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과 단체로 지원받아 간 거였어서.....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고 부탁할 용기도 없는 바부였던 나는 먼 발치에서 촬영할 수 밖에 없어따







|| 감상평 ||



:: 배우분들과 캐릭터 ::


위에 적었다시피, 옥주현 배우분이 안나 역을 하시는 공연을 보러갔다! 사실 어떤 배우분도 괜찮았고, 애초에 나에게 회차를 선택할 권리 같은 거 없었기에...... 뮤지컬을 보기 전 안나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고, 옥주현 배우분을 생각하니 사실 매치가 잘 안 되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옥주현 배우분하면 위키드의 엘파바 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떄문...... Defying Gravity의 그 당당한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무대를 보니 그런 생각은 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몰입해서 보았다. 안나에 몰입하면서 볼 수 있는 그런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다ㅠㅠ 엘파바에 안나가 더해지던 날.

보고나서, 잠시 정선아 배우분이 안나 역을 하시는 공연도 관람해볼까 했으나,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맘을 접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면, 내가 옥주현 배우님을 엘파바로 떠올렸다면 정선아 배우님하면, 같은 뮤지컬 위키드 속 글린다, 그 중에서도 Popular의 글린다를 떠올렸기 때문.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진짜 Popular에서의 글린다는 진짜 세상 똥꼬발랄하다! 대체 정선아 배우분의 안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던 것 같다.

▲ 뮤지컬 '위키드' 넘버 - 정선아, 차지연의 "Popular"

삥꾸삥꾸한 옷을 입은 사람이 글린다 역의 정선아.

가사를 보면 정말... 글린다가 어떤 생각을 품고 사는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나보다 못난 사람 눈뜨고 못 봐! 나보다 잘난 사람 아직 본 적 없어!"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넘버 - 정선아, 서범석, 민우혁, 박유겸, 이창용 외 "경마 / 자유와 행복"

혹시나 해서...... 썸네일의 이 분이 안나역의 정선아 배우분! 성량 미쵸...ㅠㅠ 자유와 행복은 4분 10초!


다행히도 유튜브에 공개되어있는 넘버 중 하나가, 정선아 배우분이 안나일 때의 영상이더라! 영상 두개 연달아서 보니까 참 미묘하다(.....) 아무리 다른 캐릭터도 다 소화해내는 것이 참 대단하다. 이 넘버는 극 스토리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다.





:: 스토리와 캐릭터 ::  (( 내용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어요! ))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이라 카더라. 뮤지컬을 계기로 원작을 알게 되었다. 관람했던 게 1월이고, 책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덧 6월 중순...... 역시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시작해야 되는거다.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였다. 가볍고 짧게 얘기하자면 불륜극, 하지만 불륜이라는 말로 짧게 표현하기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안나라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선, 악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하며 봐야하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정리해 본 주요 인물 관계도.... 왜 이렇게까지 정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 쓰는 김에.... 


안나와 카레닌은 결혼한 부부이다. 사이에는 아들도 있고.

레빈은 키티를 짝사랑했고, 브론스키와 키티는 아마 결혼할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사이.

레빈은 키티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브론스키와의 사이를 이유로 거절받고, 도망치듯 시골 지방으로 내려간다.


브론스키는 무도회에서 키티에게 프로포즈 하기로 한다. 무도회의 하이라이트(어떤 춤이었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브론스키와 키티가 함께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무도회를 즐기러 온 안나가 등장하였고, 운명적으로 마주친 안나와 브론스키는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브론스키가 키티와 함께 추기로 했던 차례가 왔지만, 브론스키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키티와 브론스키의 관계는 찢어지고, 안나와 카레닌의 부부관계도 파탄이 났으며, 안나와 브론스키는 이루어진다.


위의 극 중 넘버 '경마'는, 경마에서 브론스키가 다치는 사건을 계기로, 안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선택을 내리게 되는 넘버이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사회의 비난을 감내하고, 기존의 안정적인 가족관계를 모두 버리고 스스로의 새로운 사랑을 선택하게 되는 부분.

전체적으로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를 둘러싼 환경, 그 상황에서 안나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중요한 장면이 전환된다. 남편을 버리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안나의 선택이었고, 아들을 몰래 보러가는 것도 안나의 선택이었으며.


차라리 행복이라도 하지, 안나는 그리 행복하지 못 했던 것 같다. 브론스키는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늘 멀리 떠나있고, 안나는 늘 브론스키를 그리워하며, 홀로 외로워한다. 이 때의 안나는 정말 애처롭다. 나사가 빠지기라도 한 듯 브론스키를 그리워하고, 매달린다.


안나는 패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오빠를 따라 도시로 와, 브론스키에게 함께 패티의 공연을 보러가자 권유한다. 안나는 아마 브론스키와 함께 무언가를 한단 것 만으로 기뻐했을 텐데, 브론스키는 불륜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쏟아질 비난들을 말하며, 안나를 만류하며, 거절한다. 결국 안나는 혼자만이라도 보러 가겠다고 선언한다. 아마 이 때 결말이 정해졌을 것이다.


브론스키의 사랑을 갈망하던 안나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기차에 몸으로 맞서고 극은 끝이난다.


브론스키와 카레닌이 안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안나를 행복하게 할 방법을 몰랐고 둘은 저마다의 이유로, 방식으로 안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넘버에서 브론스키는 안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 한 자신을 죄인이라고 표현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뮤지컬은, 안나가 무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오는 것으로 시작해, 기차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끝난다. 시작 부분에서 MC가 '기차의 규칙은 꼭 지켜야 한다, 절대 철도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라고 시작했던 것을 기억하며 끝을 보면 정말 어쩜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이 모든 인물들의 감정이 참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은 탓인지, 정말 진심으로 몰입해서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 인물들의 감정을 잘 담은 넘버들 ::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넘버 - 정선아, 기세중 '그 때 알았다면'


브론스키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우리 키티......는 요양차 간 시골에서, 자신을 사랑하던 레빈과 재회하고,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정말 극 중에서 가장 행복한 커플이라고 말할만한 레빈과 키티.

그렇다고 해도 키티가 안나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가 없다. 하지만 애처로운 안나를 보며 연민을 느낀건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 것인지 이후로 키티는 증오를 넘어서고 안나의 지지대가 되어준다.

이 뮤지컬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넘버. 같은 대사를 서로 다른 의미로 말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넘버 - 이지혜 'Oh my love'


그야말로 온 나라가 패티, 패티 할 만하다 미쳤어 진짜 이건 공연장에서도 들어야하고 음원으로도 들어야 해 소름이 쫙 끼치던 그런

패티는 극 중에서 온 나라가 열광하는 마돈나로 묘사된다. 안나가 정말 궁지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패티의 노래를 감상하는 이 장면은 정말 차분하면서도 애처롭다. 이 때의 무대에는 중앙에서 노래를 하는 패티와 이를 올려다보는 안나로만 구성되어있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자연스레 나는 안나가 패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 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패티, 패티, 패티! 엄청난 인기라고!"

이 대사가 대체 몇 번을 나온거야 그런데 그럴 만 해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넘버 - 서범석, 민우혁 '나의 죄'

안나를 둘러싼 두 남자의 감정이 담긴 넘버. 둘은 안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 한 후회, 한탄을 이야기하고(둘이 서로 대화한 것은 아닐 것 같지만), 특히 브론스키가 갖고 있던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안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지만, 결국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러난다. 그가 묘사하는 안나의 모습을 통해 남의 눈에 보이던 안나의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다. 매달리고, 애원하던 안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브론스키.




:: 특별한 무대 장치 ::


나는 정말 그 스크린이 그렇게 작동하는 지 꿈에도 몰랐다. 무대를 다 덮는 스크린이 있었는데, 거기에 영상이 비춰지면서 그래픽이 입체적으로 무대에 나타나더라...... 진짜 감탄했다.


무대에는 커다란 TV 사이즈 정도의 LED가 2개씩 붙어있는 타워가 4개 있었다. 이 LED 스크린에 나타는 화면들이 극의 배경을 전부 구성하고, 나타내더라. LED로 인해 타워가 경마장의 차양이 되기도 하고, 무도회장의 벽 장식이 되기도 하고, 시골의 황금색 벼를 나타내기도 하고, 기차가 달려가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고, 패티가 노래하는 오페라 무대의 벽 장식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삼, 영상 그래픽의 힘을 느꼈다. 무대에서도 이렇게 응용할 수 있구나......



:: 아쉬웠던 점 ::


꽤나 집중해서 보긴 했지만, 스토리의 연결이 다소 빈약했던 부분이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브론스키와 안나가 처음만나 사랑에 빠지는 부분. 설명도 부족했고 진행도 너무나도 급했다. 아무리 첫 눈에 뿅 반해버렸다 하더라도 좀 어느 정도의 서사적인 묘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정말 한 순간에 버림받은 키티만 너무나도 불쌍해지고......


그리고 이건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부족했던? 아쉬웠던 점이지만, 뮤지컬 끝나고 막차타려고 정말 급하게 내달렸다. 힘들었다.